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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분쟁 둘러싼 15억 원대 소송 향방은?

분만 분쟁 둘러싼 15억 원대 소송 향방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9.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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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BAC 시도하다 응급 제왕절개 "자궁파열 조기 진단·수술"
재판부 "주의의무 위반 안했지만 자세한 합병증 설명 소홀"

▲ 서울중앙지방법원
VBAC(선행 제왕절개 후 질식 분만) 유도분만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 신속히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병원에 분만 지연으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VBAC 동의서와 설명 과정에서 위험성이나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자기결정권 침해를 들어 위자료를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신생아와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B의료재단 병원을 상대로 낸 15억 3901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모친 C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모친의 나머지 청구는 물론 A환아와 부친·언니·조부모가 제기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C씨는 임신 38주 2일째인 2011년 9월 5일 오전 11시경 자신이 이전부터 원하던 VBAC(선행 제왕절개 후 질식 분만) 유도분만을 위해 B병원에 내원했다.

당시 C씨는 자궁경부가 닫혀 있는 상태로 자궁수축이 없었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전자태아심박동 및 자궁수축장치(NST)를 부착, 11시 20분경부터 유도분만제 옥시토신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9월 7일 오전 9시 40분까지 옥시토신 투여와 중단을 계속하며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C씨는 9월 7일 오후 1시경 통증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 수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후 3시 30분경 암적색의 혈액이 섞인 점액의 질분비물이 관찰됐으나 D전문의는 활력징후(혈압 110/70, 맥박 114회/분/)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오후 4시경 내진 당시 산소포화도 97%, 분당 맥박 112회를 보였다.

의료진은 오후 4시 15분경 내진 시 태아의 머리가 아닌 어깨가 만져지며, 자궁둔부가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등 자궁파열이 의심되자 오후 4시 17분경 C씨에게 응급제왕절개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오후 4시 26분경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3.46kg의 A신생아를 분만했다. 수술 당시 C씨의 자궁은 이전에 제왕절개를 한 하부횡절개 부위 및 중간에서 자궁경부쪽으로 연장돼 파열된 상태였다.

A신생아는 출생직후 사지가 창백한 상태였고, 아프가점수는 1분 4점, 5분 5점, 10분 6점, 20분 7점이었다.

의료진은 기도 내 혈성 분비물을 제거하고, 양압환기를 시행했다. 산소포화도는 97%로 측정됐으나 A신생아의 청색증이 지속되고, 자가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자 기관내 삽관 후 이물질 흡입 제거와 산소공급을 지속하면서 E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했다.

치료가 계속되자 A신생아의 피부색이 핑크색으로 바뀌면서 자발호흡이 돌아오자 오후 5시 5분경 정밀검사와 집중치료를 위해 E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A신생아는 현재 허혈성 뇌병증으로 인한 운동기능·수부협응 기능·언어·인지·연하 장애 등을 겪고 있다. 독립적 기립·보행이 불가능하고, 일상생활 기본동작들을 혼자서 수행할 수 없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만 생활이 가능하며,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중증의 전반적인 발달지연 상태여서 여명기간 동안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예상됐다.

원고측은 VBAC을 시도하는 경우 자궁수축과 태아심박동을 계속 감시해 신속한 처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9월 7일 오후 3시 30분 이후에는 자궁수축과 태아심박동 감시를 소홀히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들이 VBAC 방법·위험성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제왕절개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의료진들은 수술 당시까지 자궁수축 및 태아심음 등에 대한 감시의무를 충실히 이행했고, 자궁파열을 조기에 진단해 신속하게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궁수축 및 태아심음 감시와 관련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궁파열 전구증상을 간과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자궁파열은 대량출혈로 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나타나는 증상이나 신체소견이 대부분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고, 분만진통과 통증의 구별이 쉽지 않다"면서 "복부통증 외에 복부출혈·산모 활력징후 변화·태아심박동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돼야 자궁파열을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 7일 오후 3시 30분경 C씨의 활력징후에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은 점, NST상 태아의 심박동에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은 점, 당시 진성진통이 나타나는 시기였으므로 분당 114회 맥박 수치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분만 진행시 자궁목의 소실 및 개대와 함께 점액 양상의 혈액이 섞인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보통인 점, 자궁파열로 대량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상승하며, 산소포화도과 떨어지게 되지만 혈압·산소포화도는 정상범위인 점, 오후 4시 16분경에 C씨의 자궁상태가 자궁파열로 인한 대량출혈에 이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분만 과정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분만 도중 C씨가 제왕절개 수술을 요구한 데 대해 재판부는 "복부통증 외에는 활력징후나 태아심박동 등에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아 자궁파열을 진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통증감소 처치 외에는 다른 처치가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분만 1기이고 자궁경부가 4cm 게대되는 데 5시간이 걸린 상태로서 분만 지연상태라 할 수 없고, VBAC을 중단하고, 제왕절개술로 분만해야 한다는 임상의학적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VBAC 동의서에 C씨가 직접 서명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동의서에 VBAC의 장점만을 기술하면서 위험성이 낮고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자궁파열의 발생 빈도는 1% 미만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 자궁 파열 예견가능성이나 예방가능성은 없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VBAC 분만 중에서도 자연분만보다 유도분만의 경우 위험성이 훨씬 증가된다는 등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설명의무를 충분히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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